2035년, 유전자 디자인과 인공 자궁이 현실화되고, ‘맞춤형 아이’를 설계하는 시대가 열렸다. 이 새로운 출산 방식은 기술의 진보일까, 아니면 인간의 오만일까?
디자인된 생명: 유전자 편집과 인공 자궁의 결합
2030년대를 넘어오며 인간의 출산 방식은 급격한 전환점을 맞이했다. 이미 질병 예방을 위한 유전자 교정은 일상화되었고, 특정 외모나 성격을 선택하는 ‘선택적 유전자 디자인’ 서비스도 의료계와 윤리계의 논쟁 속에서 현실로 자리잡았다. 여기에 인공 자궁 기술까지 상용화되며, 인간은 더 이상 임신이라는 신체적 고통 없이 아이를 ‘제작’할 수 있는 시대에 접어들었다. 출산은 더 이상 자연의 섭리가 아닌, 설계와 제작, 그리고 선택의 과정이 되었다. 어떤 부모는 아이의 지능 계수를 조절하고, 어떤 부모는 성격 유형을 미리 입력한다. 출산의 정의는 바뀌었다. 사랑의 결실에서, 사용자 지정 생명의 탄생으로 말이다. 이 변화는 과연 기술 진보의 상징일까? 아니면 우리가 인간을 정의하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는 증거일까?
우리는 부모인가, 설계자인가?
이 시대의 부모는 단순히 아이를 키우는 존재가 아니라, 처음부터 아이를 ‘만드는’ 책임자가 된다. 유전적 질병을 막기 위한 편집은 비교적 공감대를 얻지만, 외모나 성격, 감정 반응까지 설정하는 순간 윤리적 불편함이 고개를 든다. 만약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성격’을 가진 아이가 자라며 불만을 표출한다면,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부모인가, 기술자인가, 아니면 시스템인가? 인간은 창조주의 역할을 꿈꿔왔지만, 실제로 그 역할을 맡게 되자 ‘설계자의 죄책감’이라는 새로운 감정과 마주한다. 아이가 실패하거나 불행해졌을 때, 그것은 더 이상 운명의 문제가 아니다. 설계의 실패이며, 선택의 부작용이다. 기술이 가능하다고 해서 반드시 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 생명은 통제 가능한 대상이 아닌, 예측할 수 없는 서사이기 때문이다.
육아 로봇과 데이터 기반 교육: 인간다움의 종말?
태어난 아이는 이제 ‘양육’도 인간 손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육아 로봇은 아이의 울음소리를 분석해 정서적 피드백을 제공하고, 성장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해 최적의 교육 루트를 제시한다. 감정까지 학습하는 인공지능 베이비시터는 아이와 놀아주고, 위로하고, 정서 안정까지 책임진다. 효율적이고 똑똑한 육아지만, 그 속에서 인간 고유의 예측 불가능성, 우연성, 실수와 감정의 교환은 점점 사라진다. 데이터는 최적을 보장하지만, 삶은 비최적 속에서 꽃피는 경우도 많다. 우리는 점점 더 완벽한 아이, 완벽한 교육, 완벽한 부모가 되려 하지만, 과연 완벽이란 인간다운 것일까? 불완전한 존재로 태어나 서로 부딪히며 성장하는 과정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결론
아이를 설계하고, 인공 자궁에서 탄생시키며, 로봇이 양육하는 시대. 우리는 더 편리해졌지만, 동시에 더 많은 윤리적 질문 앞에 서게 된다. 생명을 선택할 수 있는 시대일수록, 선택하지 말아야 할 선이 무엇인지 더 신중히 묻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