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0년, 유전자 설계 기술이 본격적으로 상용화되면서 부모들은 ‘최적화된 아이’를 선택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부모보다 똑똑한 아이가 태어난 사회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유전자 설계, 똑똑함을 구매하는 시대
한때 인간의 지능은 운명이었다. 부모의 교육 수준, 환경, 운이 지능에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2040년을 기준으로 이런 상식은 깨진다. ‘지능 최적화 유전자 패키지’가 상용화되면서, 태어나기도 전에 아이의 지능지수(IQ), 문제해결 능력, 창의성을 유전자로 설계하는 일이 일상화된다. 이 기술은 단순히 ‘좋은 유전자’를 선택하는 수준이 아니라, 계산된 알고리즘을 통해 부모가 원하는 수준의 지적 능력을 조율할 수 있게 한다. 결과적으로, 사회는 ‘노력’보다 ‘설계’가 더 강력한 변수로 작용하는 구조로 재편된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설계된 아이들은 기존 교육 시스템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부모의 조언을 ‘낡은 관점’으로 간주하며, 세상과 소통하는 방식 자체가 달라진다. 인간 간의 세대 차이는 기술이 발전할수록 극단적으로 벌어지고, 이는 부모의 정체성과 자존감에 직접적인 충격을 준다. 우리가 ‘아이를 기른다’는 감각 대신 ‘AI가 설계한 아이에게 배운다’는 감각을 갖게 될 수도 있다.
지능 격차가 만든 ‘설계 계급 사회’
똑똑한 아이를 낳기 위해서는 고가의 유전자 설정 기술을 구매해야 한다. 자연히 경제적 자원이 부족한 가정은 이 ‘지능 강화’ 경쟁에서 소외된다. 사회는 점점 두 계층으로 나뉜다. 하나는 설계된 인재들이 주도하는 집단, 다른 하나는 자연 발생적으로 태어난 인류다. 이 격차는 단순한 학력의 차이를 넘어, 직업 접근성, 정보 처리 속도, 심지어 감정 이해력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지능 불균형은 정치·경제·교육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친다. 일부 국가는 유전자 설계의 범위를 제한하거나, ‘자연 출생 아이에게 교육 보조금을 지원’하는 등 균형을 맞추려 노력하지만, 기술의 진보 속도를 따라잡기란 쉽지 않다. 교육의 본질이 ‘노력’에서 ‘설계’로 바뀌는 순간, 인류는 능력에 따른 차별이 아니라, ‘태생적 설정값’에 의한 계급화를 직면하게 된다.
부모의 역할은 무엇으로 남을까?
유전자 설계를 통해 태어난 아이가 부모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더 빠르게 사고하며, 심지어 더 성숙한 감정 제어 능력을 가진다면, 부모는 어떤 역할을 수행해야 할까? 과거의 경험을 전수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질문에 따라가며 배우는 위치로 전환될 수도 있다. 가족 구조 자체가 수직적에서 수평적, 또는 역전된 관계로 변모할 가능성이 있다.
한편, 일부 부모들은 ‘설계된 아이’를 통해 자신의 성취 욕구를 대리 만족하려 하며, 아이의 고유한 정체성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충돌도 발생한다. 아이는 자신이 선택되지 않은 삶을 살게 된 것에 대한 감정적 혼란을 겪을 수도 있다. 이것은 새로운 형태의 세대 갈등이자, 정체성 위기다.
결론: 누가 진짜 부모인가?
지능이 부모를 넘어서는 아이들, 감정도 정교하게 설계된 세대가 등장한 시대. 우리는 어떤 사랑과 책임으로 그들을 마주해야 할까? 유전자는 설정할 수 있어도, 부모와 아이 간의 관계는 설정할 수 없다. ‘똑똑함’이 아닌 ‘함께 성장하는 인간성’이야말로, 미래 사회에서 우리가 지켜야 할 마지막 유산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