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추출하고 저장하며, 공유할 수 있는 기술이 등장하고 있다. 만약 당신의 특별한 기억이 돈이 되는 세상이 온다면, 우리는 감정을 자산으로 삼고 살아갈 준비가 되어 있을까?
기억을 저장하고 판매하는 기술의 도래
2045년, 뇌신경 인터페이스 기술이 발전하면서 인간의 장기 기억을 영상과 감각 정보로 추출하는 기술이 상용화되었다. 이른바 ‘기억 다운로드 기술’이다. 사용자는 특정 기억을 선택하고, 뇌파 신호를 기반으로 시각·청각·촉각·감정 데이터를 AI가 조합해 하나의 ‘기억 패키지’로 생성한다. 초기엔 의료나 PTSD 치료에 국한됐지만, 이 기술은 곧 콘텐츠 산업과 결합되어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인다. 유명 인플루언서의 첫 사랑 기억, 전설적인 운동선수의 우승 순간, 우주여행자의 첫 지구 복귀 감정 같은 ‘고가의 감정 상품’이 시장에 등장하고, 사람들은 타인의 기억을 감상하고 체험하는 데 돈을 지불한다. 이렇게 기억은 더 이상 개인의 내면에 머무르지 않고, 재현 가능한 감정 콘텐츠로 유통되기 시작했다. 감정이 자산이 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감정을 거래하는 사회, 공감은 진심일까?
기억 거래가 보편화되면서 사람들은 ‘진짜 경험’보다 ‘고품질 기억 구매’에 더 몰두하기 시작한다. 누군가의 감동적인 가족 여행을 감상하는 것으로 나의 정서적 욕구를 충족하고, 모험이나 사랑에 대한 실제 행동보다 ‘시뮬레이션된 추억’을 선택한다. 이것은 새로운 감정 소비 패턴을 만들어낸다. 더 자극적이고, 더 깊은 감정을 담은 기억일수록 높은 가치가 부여되고, 반대로 일상적인 기억은 무가치하게 여겨진다. 감정의 희소성은 시장에서 가격을 정하고, 사람들은 이제 감정을 연출하거나 가공해서 판매하는 시대에 돌입한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공유되는 감정이 많아질수록, 진짜 감정의 기준은 흐려지고 공감은 점점 ‘기술적 공명’이 된다. 누군가의 고통을 사서 경험하는 시대, 우리는 진정으로 그 감정을 이해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기술이 만든 공감의 환상에 머물고 있는 것일까?
기억은 자산인가, 정체성의 일부인가
감정 콘텐츠 산업의 급성장과 함께, 기억은 ‘나의 자산’이자 ‘시장 가치 평가 대상’이 되었다. 고통스러운 이별, 극복의 순간, 인생의 전환점이 콘텐츠로서 얼마의 가치를 가지는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그러나 기억은 단지 콘텐츠가 아니라, 개인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다. 기억을 팔기 시작하면, 나는 점점 나의 일부를 외부에 넘기고 있다는 감각에 빠진다. 기억을 제공받은 타인이 내 감정을 왜곡하거나, 나보다 더 생생히 기억하게 된다면, 나는 과연 여전히 ‘그 경험의 주인’일 수 있을까? 기억이 자산화된 사회에서는 감정의 소유권, 왜곡 방지, 정체성 침해에 대한 새로운 윤리적 기준이 요구된다. 그리고 사람들은 점점 깨닫게 된다. 기억은 기록될 수 있지만, 삶은 여전히 그 기억을 가진 존재의 몫이라는 사실을.
결론
기억이 돈이 되는 시대는 매혹적이지만, 동시에 정체성의 균열을 초래할 수 있다. 당신은 어떤 기억을 팔고 싶고, 어떤 기억은 끝까지 지키고 싶은가? 감정의 주인은 결국, 그 기억을 살아낸 당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