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인간의 생체 데이터를 분석해 ‘예상 사망일’을 알려주는 시대가 도래했다. 사람들은 이제 죽음을 피해 다니는 것이 아니라, 준비하고 선택하는 쪽으로 사고방식을 바꾸기 시작했다.
죽음을 예측한다는 발상, 어디까지 왔나?
인공지능이 인간의 삶을 예측하는 시대는 이미 시작되었다. 스마트워치는 심박수, 혈중 산소 농도, 수면 패턴을 기록하고, 헬스케어 플랫폼은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질병 위험을 알려준다. 2030년대에 접어들며, 이 기술은 새로운 단계를 맞이한다. 바로 ‘사망 예측’이다.
미국의 한 스타트업은 최근 사용자의 유전 정보, 건강 기록, 생활 습관, 스트레스 지수, 사회적 연결망 데이터까지 종합해 ‘예상 사망일’을 제시하는 앱을 출시했다. 이 앱은 단순히 수명을 추산하는 것을 넘어, ‘당신이 이대로 살아가면 언제쯤 세상을 떠날 것인가’를 시뮬레이션 해주는 기능을 제공한다. 사용자는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수정해 예상 시점을 바꿀 수도 있다. 죽음이 하나의 통제 가능한 이벤트가 되어버린 것이다.
죽음을 안다는 것, 삶은 어떻게 변할까?
사망 예측 앱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다. 그것은 존재의 의미와 직결된 철학적 도전이다. 사람들은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불확실성 속에서 살아왔지만, 이제는 그 불확실성이 데이터에 의해 제거된다. 예상 사망일이 알려지면 사람들은 삶의 우선순위를 바꾸기 시작한다. 미뤄뒀던 여행, 고백하지 못한 사랑, 시작하지 못한 꿈을 ‘예상 날짜’ 전까지 실행하려는 경향이 강해진다.
하지만 반대로, 일부는 극도의 무기력에 빠진다. ‘내 삶은 여기까지구나’라는 감각이 모든 계획을 무의미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미래를 알고 나서야 비로소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태가 도래하는 것이다. 특히 노년층이나 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예정된 죽음’에 대한 순응과 체념이 확산된다.
죽음을 예약한다는 것의 윤리
예상 사망일이 ‘진실’처럼 유통되기 시작하면, 사회는 새로운 윤리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보험사나 기업이 이 정보를 활용해 고객을 차별할 수 있고, 개인 간에도 사망 예측 결과가 관계의 기준이 될 수 있다. "이 사람은 5년 후에 죽을 예정이니 장기적인 계약은 어렵다"는 식의 계산이 실제로 작동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사망일을 ‘예약’할 수 있게 하는 옵션도 논의된다. 스위스와 캐나다에서는 이미 자발적 안락사에 대한 법적 논의가 활발하며, 죽음을 미리 계획하는 일이 도덕적으로 허용되고 있다. 사망 예측 앱이 이 기능과 결합되면, 인간은 ‘죽음’을 기다리는 존재가 아니라 ‘조율’하는 존재로 진화한다. 죽음은 이제 우연이 아니라, 선택의 결과가 된다.
결론: 기술이 생명의 주권을 넘보는 시대
사망 예측 기술은 인간 존재의 마지막 미지, ‘죽음’을 정보화한다. 우리는 이 기술을 통해 더 충만하게 살 수 있을까, 아니면 더 빨리 절망하게 될까? 죽음을 예측한다는 것은 삶을 데이터로 정의하는 것이며, 우리는 그 데이터에 어떤 주권을 부여할 것인지 끊임없이 되묻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