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60년, 사랑은 더 이상 감정의 문제가 아니다. 관계는 감정이 아닌 계약으로 설계되고, 연애는 취향에 따라 옵션화된 시대. 우리는 여전히 사랑을 하고 있을까, 아니면 새로운 관계의 언어를 배워가고 있을까?
‘사랑은 선택’이 아닌 ‘설계’가 된다
2060년, 사람들은 연애를 시작하지 않는다. 대신, ‘관계 매칭 플랫폼’에서 자신에게 맞는 ‘감정 옵션’을 선택하고, 원하는 기간과 조건을 명시해 관계를 계약한다. 예를 들어, “주 3회 정서적 대화”, “성적 접촉 없음”, “이별 시 상호 미접촉 조항 포함” 같은 조건들이 포함된 ‘관계 계약서’가 표준화되었다. 사랑은 더 이상 통제 불가능한 감정이 아니라, 예측 가능한 관계 서비스로 변했다. 기술은 감정을 수치화하고, 관계를 관리 가능한 데이터로 변환한다. AI 큐레이터는 나의 심리 상태, 생활 패턴, 유전자 정보를 바탕으로 최적의 파트너를 추천하고, 계약서 자동 작성까지 도와준다. 인간은 더 이상 ‘사랑에 빠지는’ 존재가 아니라, ‘사랑을 설계하는’ 존재가 된다. 연애는 충동이 아니라 전략이다.
감정은 위험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감정을 꺼낸다
기술의 발전과 함께, 감정은 ‘리스크’로 간주되기 시작했다. 질투, 집착, 상실, 배신은 모두 예측 불가능한 변수이자 사회적 비용으로 처리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감정을 제거하거나 제한하는 방향을 선택한다. ‘감정 조절 칩’이나 ‘정서 완충제’를 이식해 특정 감정의 폭을 억제할 수 있게 되었고, AI가 실시간으로 두 사람의 감정 데이터를 모니터링해 이상 반응이 감지되면 자동으로 쿨다운 조치를 실행한다. 일부는 “이제야 드라마 없는 사랑이 가능해졌다”고 말하지만, 또 다른 일부는 “관계에서 진짜 감정은 사라졌다”고 느낀다. 아이러니하게도 감정이 배제된 관계 속에서 사람들은 더 많이 계약하고, 더 자주 연결된다. 그러나 그 관계가 진짜 ‘사랑’이었는지는 누구도 확신하지 못한다.
연애는 사라지고, 관계는 맞춤형 상품이 된다
이 시대의 사람들은 ‘사랑’을 묻지 않는다. 대신 “계약 기간은?”, “이별 수수료는?”, “독점인가요, 오픈인가요?”라는 질문을 먼저 던진다. 연애는 더 이상 정서적 탐색이 아니라 상품 구성이다. ‘감정 구독 서비스’에서는 매월 새로운 상대를 경험할 수 있으며, ‘감정 보험’ 상품을 통해 이별로 인한 우울 위험도 보장받을 수 있다. 일부 고급 플랫폼은 ‘가상 파트너 + 실제 교감 대역’을 혼합해 사용자 맞춤형 관계를 제공한다. 인간 관계는 감정의 흐름이 아니라 사용자의 설계도 위에서 운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회는 결코 ‘사랑 없는 시대’는 아니다. 단지 사랑을 다루는 방식이 바뀌었을 뿐이다. 감정은 제거되지 않았고, 다만 더 안전하게 관리되고, 더 고도로 선택된 상태로 존재하는 것이다.
결론
2060년, 사랑은 계약이 되었고, 감정은 옵션이 되었다. 인간은 더 이상 감정에 흔들리지 않지만, 그만큼 감정에 목말라 있다. 관계를 설계할 수 있는 사회에서, 진짜 사랑은 여전히 예외로 남아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