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이 중심이 된 사회에서 물리적 ‘고향’은 점점 의미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구 감소로 소멸 위기에 처한 지방은, 오히려 AI 기술과 만나 새로운 형태로 재구성될 기회를 얻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지방소멸 이후의 재설계 가능성과, AI가 만든 제2의 고향이란 개념을 상상해 봅니다.
AI는 고향을 어떻게 설계할까?
지방의 소멸은 단순한 인구 문제를 넘어선 문화·정체성의 위기입니다. 그런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시도가 기술로부터 나오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 기반 지역 분석 시스템은 기후, 토지 활용도, 접근성, 인프라 현황 등을 통합적으로 분석하여 '살고 싶은 공간'을 설계합니다. 이 과정은 전통적인 도시계획자와는 다르게, ‘감정’과 ‘공감’을 학습한 AI가 인간의 삶의 질까지 고려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예컨대, 한적한 농촌에 AI가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주는 조경, 디지털 일자리, 의료 드론 인프라를 갖춘 마을을 설계한다면 어떨까요? 이 마을은 물리적 거주 공간이자, 디지털 작업과 정신적 치유가 함께 이루어지는 복합 공간이 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나의 성향에 딱 맞는 고향’을 제안받는 세상이 된다면, 고향은 출생지가 아닌 선택지가 됩니다.
고향이란 개념, 재정의가 필요하다
전통적으로 고향은 태어난 곳이자 가족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저출산, 고령화, 지방인구 유출로 인해 그 의미는 점점 흐려지고 있습니다. 이제 고향은 ‘정체성과 기억이 축적된 장소’라는 본질만 남은 채, 실체적 공간으로는 붕괴 중입니다.
AI는 이 지점을 주목합니다. ‘나의 기억’, ‘감정 패턴’, ‘정서적 취향’을 분석하여 맞춤형 마을을 기획하고, 가상현실 기술을 통해 먼저 디지털 고향을 체험하게 합니다. 이후 현실 공간에서의 이주까지 연결되는 시나리오는 기술적으론 이미 실현 가능한 수준에 다다랐습니다. 이 흐름은 물리적 공간이 ‘상징’으로 기능할 수 있는지에 대한 새로운 질문을 던집니다. 고향은 이제 유전적 근거가 아닌, 알고리즘이 설계한 감정적 안식처가 되는 셈입니다.
정주의사보다 중요한 것은 ‘소속감’
지방 활성화는 종종 경제적 인센티브로 유도됩니다. 하지만 진정한 복귀는 물리적 이전이 아닌 심리적 ‘소속감’에서 출발합니다. AI 기반의 제2의 고향 프로젝트는 이러한 소속감을 기술적으로 구현하는 데 초점을 맞춥니다.
예를 들어, ‘고향 DAO(분산 자율 조직)’를 통해 마을 운영에 참여하거나,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공동 자산을 형성하는 시스템은 주민이 곧 ‘공동 설계자’가 되게 합니다. 이는 단순한 귀촌을 넘어서, 공동체의 재구성과 삶의 방향성을 함께 만드는 참여적 고향이 될 수 있습니다. 기술이 만든 고향이 더 이상 ‘가짜’가 아닌 이유는, 거기에 담긴 사회적 관계와 자율성이 실재하기 때문입니다.
결론: 우리가 고향을 다시 만들 수 있다면
AI가 만든 고향은 결국 물리적 공간 그 자체보다, 거기에 담긴 의미를 복원하는 시도입니다. 지방소멸은 되돌릴 수 없는 흐름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끝에서 우리는 묻게 됩니다. “고향은 과연 ‘태어난 곳’이어야만 하는가?” 만약 고향을 다시 만들 수 있다면, 당신은 어떤 요소를 가장 먼저 담고 싶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