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이제 뉴스, 소설, 광고를 넘어 예능 프로그램 제작까지 도전하고 있다. 사람의 ‘센스’로 여겨졌던 웃음의 영역에 AI가 들어오면서, 우리는 묻는다. 과연 AI는 사람보다 더 웃길 수 있을까?
AI 예능의 등장, 어디까지 왔나
최근 몇 년 사이, AI 기술은 예능 콘텐츠 영역에도 본격적으로 확장되고 있다. 특정 개그 코드나 패턴을 학습한 AI가 드립을 작성하고, 예능 대본을 자동 생성하는 사례들이 늘고 있다. 일부 영상 제작 툴은 MC의 대사, 리액션, 표정까지 합성할 수 있고, 유튜브 알고리즘은 이미 시청자 반응을 분석해 가장 '웃긴 순간'을 자동 편집한다. AI는 이미 웃음의 ‘공식’을 학습하고 있고, 대중의 반응을 수치화하여 웃음의 포인트를 정교하게 분석한다. 콘텐츠 제작의 생산성과 실험성은 분명히 높아졌다. 하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어딘가 이상한’ 웃음 코드에 거리감을 느끼고 있다. 웃음이란 것이 단순한 말장난이나 패턴만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는 셈이다. 우리는 AI 예능을 통해 오히려 인간 유머의 복잡함을 다시 깨닫고 있다.
웃음은 알고리즘으로 정복할 수 없는가?
AI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반복 학습을 통해 유머의 구조를 분석할 수 있다. 예컨대, 반전 구조, 상황극, 패러디, 언어 유희 등은 패턴화가 가능하다. 하지만 진짜 웃음을 만드는 요소는 ‘맥락’과 ‘눈치’, 그리고 ‘실패조차 웃음이 되는 인간적인 어색함’이다. AI는 실패를 예측하고 회피하려 하지만, 웃음은 때로 그 실패에서 터진다. 사람들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당황하거나, 억지로 웃기려다 미묘하게 어긋나는 그 순간에서 폭소를 터뜨린다. 이는 수치화나 공식화가 어려운 영역이다. 또한 웃음은 문화적 배경, 세대 코드, 정치적 맥락 등과 얽혀 있다. AI가 이러한 다층적 요소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반영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결국 웃음은 수학이 아니라 ‘사회적 감각’이다. AI가 웃음의 껍데기를 만들 수는 있어도, 그 안에 담긴 인간 특유의 뉘앙스를 완전히 구현하기엔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럼에도 AI 예능은 계속 진화한다
그렇다고 AI 예능이 쓸모없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AI는 새로운 형식의 예능 실험을 가능하게 한다. 예를 들어, AI가 MC로 등장하는 메타버스 예능이나, AI가 시청자 취향에 따라 개그 포인트를 실시간 조절하는 맞춤형 콘텐츠도 현실화되고 있다. 또, 작가진이 기획 단계에서 AI를 활용해 웃음 코드를 실험하거나, 편집 포인트를 자동 추출하는 등 ‘보조 창작자’로서 AI의 활용도는 무궁무진하다. AI는 ‘웃긴 사람’을 대체하기보다는, 그들의 ‘웃음 제조 도구’가 되는 것이다. 결국 사람과 AI가 함께 만드는 웃음이 가장 지속 가능하고, 예상 못한 방식으로 진화할 수 있다. 우리가 웃는 이유를 AI가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그 과정을 함께하면서 인간 유머의 본질을 되새기게 된다. AI가 웃기지 않아도, 그 시도가 웃음을 준다면, 그것 역시 예능의 성공이다.
결론
AI는 사람처럼 웃기지는 못하지만, 웃음을 바라보는 방식을 바꾸고 있다. 완벽하게 웃긴 콘텐츠보다는, 실패와 맥락이 주는 인간적인 순간이 여전히 웃음의 본질임을 우리는 알고 있다. AI와 사람이 함께 만드는 유머는 그 자체로 새로운 시대의 예능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