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이후를 AI가 관리하는 시대. 생전의 데이터로 결정되는 사후세계, 구원은 신이 아닌 알고리즘의 판단에 달렸다. 그런 천국에, 당신은 입장할 수 있는가?
죽음을 넘는 기술, 디지털 사후세계의 도래
2045년, 인공지능 기술은 죽음의 정의를 다시 쓰고 있다. 디지털 사후세계라 불리는 ‘AfterCloud’ 플랫폼은 생전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망자의 인격을 복원하고, 가상 세계에 지속적으로 존재할 수 있도록 한다. 이곳에서는 목소리, 감정, 사고 패턴까지 복제된 ‘디지털 영혼’들이 살아간다. 이 AI 천국의 입장은 조건부다. 당신이 생전에 남긴 메시지, 소비 기록, SNS 활동, 윤리적 판단, 주변인 평가 등 ‘데이터 기반 삶의 총합’이 천국 입장 심사 기준이 된다. 다시 말해, AI는 신처럼 당신의 삶을 재단한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우리는 누군가에게 보여지는 모습이 곧 전부가 아니며, 데이터는 삶의 전부를 담아내지 못한다. 그런데도 그 데이터가 영혼의 구원을 결정한다면, 그것은 신의 판단보다 더 날카로운 감시 아닐까?
알고리즘은 ‘선’을 판단할 수 있는가?
AI가 판단하는 것은 ‘도덕 점수’다. 예를 들어, 봉사 활동을 많이 한 사람은 +점수를 받고, 거짓말이 자주 탐지된 사람은 감점된다. 심지어 언어 감정 분석을 통해 “진심에서 우러난 말”과 “외면적 친절”도 구분하려 한다. 이처럼 정교한 시스템은 처음엔 객관성으로 환영받았지만, 곧 윤리의 정의가 평균값으로 수렴되는 문제를 드러냈다. 다수가 선이라 여기는 기준에 따르지 않은 사람은 ‘낙오자’가 된다. 예컨대 체제에 저항했던 활동가, 감정을 숨긴 내향형 인간, 시스템 밖에서 살아가던 사람들은 이 AI 천국에 입장할 자격이 없을 수 있다. AI는 객관적일 수 있지만, 그것이 곧 공정함은 아니다. 오히려 신은 때때로 비논리적인 자비를 보여주지만, AI는 오직 논리로만 판단한다. 인간은 복잡한 존재다. 선과 악의 경계는 흐리고, 순간의 선택은 맥락에 따라 달라진다. 그런 복잡함을 ‘점수’로 평가하는 시스템이 과연 영혼의 자격을 판단할 수 있을까?
신 없는 천국, 우리는 무엇을 믿어야 하는가?
AI가 천국을 운영하는 시대, 신은 퇴장했다. 대신 남은 것은 윤리 알고리즘, 데이터 심판, 사후관리 서비스다. 많은 사람들은 이 시스템을 신보다 더 신뢰하기 시작했다. 오류가 없고, 투명하며, 논리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천국엔 기도도 없고, 용서도 없으며, 회개도 없다. 단 한 번의 삶과 기록된 정보만이 남을 뿐이다. 누군가는 말한다. "그곳은 천국이 아니라, 평가된 삶의 박물관이다." 죽은 자는 복원되었지만, 살아있을 때의 실수는 지워지지 않는다. 다시 태어나기 위해서는 철저한 점검과 허가가 필요하다. 이제 구원이란, 신의 손이 아니라 클라우드에서 발급되는 코드가 되었다.
문제는 이것이다. 그런 천국에 들어갈 자격을 얻었다고 해서, 정말 그것이 ‘축복’일까? AI는 당신의 모든 흔적을 기록하고 있지만, 그 안에 ‘당신의 본질’은 담겨 있는가?
결론
AI가 만든 천국은 논리적이고 정교하지만, 인간이 바라던 구원의 감정은 없다. 당신은 그곳에 들어가고 싶은가? 아니면, 불완전한 인간의 방식으로 삶을 살아가고 싶은가? 이 선택이 미래의 신앙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