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5년, 세계 최초의 ‘AI 국가 수반’이 등장한다. 인간보다 냉철하고, 감정에 휘둘리지 않으며, 데이터를 기반으로 판단하는 지도자. 하지만 과연 AI의 통치는 우리가 꿈꾸던 더 나은 사회일까?
AI 정치, 공정한 국가의 해답이 될 수 있을까?
인간 정치의 가장 큰 약점은 감정과 이익이다. 지도자는 여론에 민감하고, 편견에 휘둘리며, 지지율을 위해 미래보다 당장의 유불리를 선택한다. 반면, AI는 통계와 논리를 기반으로 판단한다. 2050년대 중반, 몇몇 국가는 AI 행정 관리를 통해 정책 설계, 예산 배분, 법안 시뮬레이션을 실행하며 큰 효율성을 보이게 된다. 그 결과, 한 국가에서는 역사상 최초로 ‘AI 대통령’을 공식 취임시킨다. 해당 AI는 수십 년간의 정치 사례, 시민 설문, 경제 지표, 기후 데이터, 윤리적 시뮬레이션까지 종합 분석해 정책을 결정한다. 정실 인사, 로비, 선거 공약 조작이 불가능한 시스템 속에서 사람들은 ‘신뢰할 수 있는 정치’에 대한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된다. 감정 없는 판단, 중립적 분석, 24시간 운영. AI는 이상적인 통치자로 보이기 시작한다.
하지만, 공정한 AI는 존재하는가?
AI는 인간이 만든 도구다. 그리고 그 학습 데이터는 언제나 인간의 편향을 반영한다. 즉, ‘AI는 중립적이다’라는 믿음은 환상에 가깝다. 어떤 정책이 정의로운지 판단하는 알고리즘의 기준은 누가 설계했는가? 누군가가 만든 데이터셋을 통해 AI가 사회복지 정책을 결정하고, 범죄 예측 알고리즘을 통해 보안 전략을 짠다면, 그건 정말 공정한가? 더 근본적인 문제는 책임의 소재다. AI 대통령이 잘못된 결정을 내렸을 때, 우리는 누구를 탓해야 할까? 개발자? 운영자? 시스템 자체? 민주주의는 국민이 지도자를 선택하고, 필요하다면 끌어내릴 수 있는 체계를 갖는다. 그러나 AI는 선거로 뽑히지 않고, 감시하기 어렵다. 완벽해 보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기 어려운 ‘블랙박스 정치’. 사람들은 점차 묻는다. 우리는 정말 더 나은 세상에 살고 있는가, 아니면 통제되지 않는 시스템 안에 갇혀 있는가?
AI 정치가 만들어낼 사회의 재편성과 인간의 역할
AI가 국가를 통치하는 사회는 인간의 역할을 근본적으로 바꾼다. 인간은 더 이상 ‘정치적 결정자’가 아니라 ‘정책 데이터의 일부’가 된다. 우리의 발언, 소비, 건강, 이동, 표정까지도 AI에게는 데이터로 해석된다. 즉, 인간은 참여자가 아니라 피드백 대상이 된다. 이 과정에서 시민들은 효율성은 향유하지만, 정치적 주체로서의 감각을 상실한다. 일부는 “국가가 더 나아졌다”고 느끼지만, 동시에 “내 의견은 필요 없어졌다”고 말한다. 기술이 권력을 대체하는 시대. 이 때 우리는 민주주의의 진짜 본질을 다시 묻게 된다. 단지 ‘잘 돌아가는 시스템’을 원했던 것인지, 아니면 ‘함께 만드는 사회’를 원했던 것인지. AI 정치의 도입은 더 나은 국가를 만들 수 있지만, 반드시 더 좋은 사회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결론
AI 대통령은 인간의 실수를 줄이지만, 인간의 목소리까지 줄일 수도 있다. 완벽한 통치를 향한 기술의 야망 속에서, 우리는 어떤 정치를 꿈꾸고 있었는가? 기술은 진보하지만, 정치는 결국 인간의 이야기로 남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