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판결을 내리는 시대, 우리는 더 빠르고 공정한 정의를 경험할 수 있을까요? 인간 감정을 배제한 기계적 판결은 법의 이상을 실현할지, 아니면 정의의 본질을 흐릴지 함께 생각해봅니다.
법정에 등장한 AI, 정의의 새 얼굴이 될 수 있을까?
법률은 오랫동안 인간 고유의 영역이었습니다. 판사, 검사, 변호사는 사건의 사실을 분석하고, 법을 해석하며, 인간의 사정을 감안해 판결을 내립니다. 그러나 이제 AI가 그 역할을 조금씩 대체하고 있습니다.
이미 일부 국가에서는 AI가 변호사의 보조 역할을 하거나, 간단한 사건의 판결을 자동화하는 시스템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에스토니아는 소액 민사소송에서 AI 판사를 시험 중이며, 중국 일부 법원은 판례 분석과 판결 추천을 위한 AI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AI는膨대한 판례와 법률 조항을 실시간으로 검색하고, 편향 없이 데이터를 비교하며, 인간보다 훨씬 빠르게 결론을 도출할 수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AI는 ‘정의 실현의 도구’로 환영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말 그것이 정의의 완성일까요?
감정 없는 정의, 그것은 공정일까 냉혹함일까
법은 원칙과 규정의 체계지만, 동시에 인간의 삶과 밀접한 감정적 영역입니다. 판사는 피고인의 표정, 진술의 맥락, 피해자의 고통 등 비정형적 요소를 고려해 판단을 내립니다. 반면 AI는 오로지 데이터와 패턴에 기반해 판단합니다.
예컨대 AI는 과거 유사 판례에서 어떤 형량이 주어졌는지 분석하여 결론을 도출합니다. 이 과정은 ‘객관적’일 수 있지만, 동시에 비인간적이기도 합니다. 인간은 공정함을 추구할 뿐 아니라, 공감받고 이해받는 감정적 존재이기도 하니까요.
그렇다면, 피해자의 눈물을 이해하지 못하는 AI가 내리는 판결은 과연 ‘정의로운’ 것일까요? 또, 반대로 인간 판사의 편견이나 감정적 오류를 배제한 AI 판결이 더 ‘신뢰할 수 있는’ 것일까요? 우리는 지금 정의의 기준 자체가 흔들리는 지점에 와 있습니다.
정의의 자동화, 법의 민주화를 이끌 수 있을까?
AI 법률 시스템이 전면적으로 도입된다면, 법률 서비스의 문턱은 대폭 낮아집니다. 현재 법적 보호를 받기 어려운 사회적 약자도 AI를 통해 저렴하고 빠르게 법률 자문을 받을 수 있게 됩니다. 이는 법의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장점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AI가 어떤 데이터를 학습하고, 어떤 윤리 기준을 적용하며, 누구의 이해관계를 반영하느냐에 따라 판결의 편향성은 여전히 존재할 수 있습니다. AI가 완전히 ‘객관적’이려면, 그 알고리즘과 데이터셋 역시 투명하고 공개돼야 합니다.
또한 AI가 스스로 법률을 ‘해석’하기 시작하면, 그것은 단순한 도우미가 아니라 법의 해석 주체가 됩니다. 이는 법률 권한의 위임을 넘어선, 새로운 법주체의 탄생이라 할 수 있습니다. 법은 더 이상 인간만의 것이 아니게 되는 것이죠.
결론: AI는 법을 알고 있다. 하지만 정의를 아는가?
AI가 법을 더 잘 해석할 수는 있어도, 인간의 삶을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습니다. 법률가로서의 AI는 도구이되, 그 중심에는 여전히 사람의 판단과 책임이 있어야 합니다. 빠른 정의가 꼭 좋은 정의는 아닐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