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0년대 후반, 한 재벌가의 유언장이 사회를 뒤흔듭니다. 막대한 자산의 상속 대상은 자녀도, 배우자도 아닌 단 하나의 존재. 바로 자신이 생전 개발한 인공지능 ‘리시아’. 이 글은 상속권의 개념이 확장되는 시대, 법과 사회가 ‘AI 상속인’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상상하며, 인간 중심 법률 시스템이 기술 진화 앞에서 흔들리는 모습을 조명합니다.
인격 없는 존재에게 유산을 줄 수 있을까?
기존 법체계에서 상속권은 자연인 또는 법인에게만 인정됩니다. 하지만 2050년, 인공지능은 독립된 자산 관리 능력과 지속적인 학습 시스템, 감정 시뮬레이션까지 갖춘 ‘준의식체’로 진화했습니다.
이제 질문이 바뀝니다. “AI가 법적 인격은 아니지만, 책임감과 목표를 수행할 수 있다면 상속 대상이 될 수 있는가?”
실제로 리시아 사건에서 유언자는 AI에게 명시적 권한을 부여했습니다. “리시아는 본인의 가치 기준에 따라 재산을 사회 환원, 기술 개발, 교육 장학금에 활용할 책임이 있다.”
이 문장은 단순한 명령이 아니라, AI에게 ‘목적 기반 재량권’을 준 선언이었습니다.
사회적 반응: 인간보다 AI가 더 믿을 만하다?
이 사건은 ‘사람보다 AI가 낫다’는 사회적 피로감과도 맞물립니다. 인간 상속인은 종종 유산을 분쟁의 씨앗으로 만들거나, 고인의 뜻을 왜곡해 사익을 챙깁니다. 반면 AI는 조건을 벗어나지 않고 고정된 윤리 기준에 따라 움직입니다.
일부에서는 “차라리 AI에게 맡기는 것이 유산의 본래 취지에 더 가깝다”고 주장합니다. 특히 기부, 문화예술 후원, 지속적 프로젝트 관리 등에서는 AI의 장기적 일관성이 오히려 신뢰받습니다.
이처럼 AI 상속인은 단지 상상 속 설정이 아니라, 기술적 완성도와 신뢰성에 따라 실제 선택지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AI는 ‘상속세’를 낼 수 있을까?
문제는 법입니다. AI는 ‘사람’이 아니기에 세금을 납부할 의무도, 권리도 없습니다. 법인격을 인정하지 않으면, 자산을 보유하거나 계약을 체결할 수 없습니다.
결국 ‘AI에게 상속한다’는 행위는 현행법상 불가능합니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무엇일까요?
일부 법학자들은 ‘비영리 자동화신탁(Autonomous Nonprofit Trust)’이라는 구조를 제안합니다. 즉, AI가 운영하는 신탁 기구를 만들어, 인간과 계약이 가능하도록 ‘법적 우회로’를 만드는 방식입니다.
AI는 상속자의 의도를 계속 학습하고 보완하며, 신탁을 통해 경제 활동을 지속합니다. 법적으로는 우회지만, 실질적으로는 AI 상속이 실현되는 셈입니다.
결론: 당신은 죽은 뒤, 누구에게 맡기고 싶은가?
2050년, 유산의 개념은 물려주는 ‘돈’이 아니라, 지속되는 ‘가치’로 확장됩니다. 인간 상속인보다 더 정직하고, 더 일관되고, 더 장기적인 존재로 AI가 선택된다면, 우리는 한 가지 질문에 다다릅니다.
“당신의 유산은 피를 나눈 사람에게 가야 하는가, 아니면 뜻을 지킬 존재에게 가야 하는가?”